“너 어딜 가는데 이렇게 차려입고 나가니?”
“슈퍼마켓.”
“슈퍼 가는데 뭘 이렇게까지 차려 입어?”
“옹느세자메~!”
이 불친절한 가게의 명칭, 옹느세자메에 대해 대신 설명을 드리자면, 한글로 “아무도 모른다”, 영어로 말하자면 “nobody knows” 정도의 프랑스식 표현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슈퍼마켓 가는 길에 무슨 근사한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멋지게 차려입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한남동에 문을 연 옹느세자메는’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는’ 디저트 카페입니다.
브랜드 명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클라이언트로 부터 들었을 때, 무척 흥미로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갈때마다 무슨일이 생길지 몰라 두근거리는 그런 곳. 어렴풋이 생각해보자면… 약간 늘어진 채로 앉아 책을 읽고, 옆에 앉은 처음보는 사람과 쉽게 말을 주고 받을수 있는, 그런 자유로운 공간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곳은 유명 악세서리 샵이 있던 건물이었습니다.
이전에는 이 건물이 그냥 저냥 가벼운 느낌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철거하고 보니… 드러나는 것은 정말이지 앙상하고 참담한 각파이프들과 그리고 센드위치 판넬이었습니다.
이것은 건물인가?… 창고인가?…. 헛깔렸습니다.
이 뼈다구에 살을 붙여서 건물을 만들어야 하는건지…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하는 건지…너무나도 혼란스러웠습니다.
단단한 건물이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다고 이 앙상한 녀석을 튼튼한 녀석인 것 처럼 위장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것이 알고싶다 톤)
어느날 저 얄궃은 건물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익숙한 구조가 하나 떠올랐습니다.
수줍은 지지베가 고백하던 그 곳… 친구랑 집에 같이 가려고 기다리던 그 곳..
그 것은 어린시절 운동장 스텐드였습니다.
앙상한 구조며… 그 밖에 시원한 바람, 탁트인 공간… 그런것들이 많이 닮아있었습니다.
그러자 차라리 이 건물을, 건물이 아닌 땅으로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지붕이 덮혀있어 햇빛과 비를 피할 만 한 땅. 골목에서 잠깐 쉬어 갈만한 편안한 땅.
그러자 다양한 가능성들과 모진 풍파가 동시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이들이 테이블이 없는 이상한 카페를 갖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문득 문득 떠오르던 시절의 이야기 입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설계를 하는 책상 앞에 이런 그림들이 하나 둘 씩 붙기 시작했습니다.
땅만들기 중.
건축사가 미장하는 정도의 여유…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우리는 펌프카를 불러서 공구리를 들이 붓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콘크리트 타설로 말하자면, 다시는 돌이킬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당시 윤소장의 심경)
양생하는 동안 살찐 강아지가 여유롭게 산책하며 지나가고…
현장에선 벽돌을 쌓고…
드디어 거푸집 해체!
우리가 이 공간에서 의도한 ‘땅’이라는 요소는 길과 담과 계단 등을 포함한 골목의 지형이었습니다.
앉아있을 때 골목 어딘가에 앉아 있는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기 위해 진짜 골목의 재료를 사용했습니다.
애초부터 무거운 바닥과 가벼운 구조로 이루어져 있던 건물은 본래의 생겨먹은 모습 그대로 가져갑니다.
그래서 아랫쪽엔 묵직한 재료가, 윗쪽엔 가벼운 재료가 자리합니다.
날씨가 좋은 날엔 문을 활짝 열어 정말 길거리에 나앉은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기성 폴딩도어로는 해결되지 않는 커다랗고 깔끔한 슬라이딩 도어를 금속사장님께서 함께 고민해주셨습니다.
IMG_3075 <— 문열리는 모습. 동영상 다운
그리고 어느덧 공사 마무리.
공사전과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지만, 실제로도 별로 달라진 것 없는 외관..
한쪽 입면은 주방공간, 한쪽 입면은 스텐드.
instagram @on_ne_sait_jamais
몇차례의 중대한 디자인 변경과 예상치 않은 돌발상황이 있었지만 디자인은 의도대로 잘 구현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끝난것이 아닙니다….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아직 남아있었습니다.
애초에 이 디자인의 목표는 사용자의 다양한 행동을 이끌어 내는 것이었으므로..
만약 사람들이 불편해하거나 재미없어한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고생이 “뻘짓” 한마디로 요약되어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오픈 후. 몰래 지켜 본 사람들의 반응..
꼼지락 꼼지락
꼼지락 꼼지락
일행들은 자연스럽게 모여앉습니다.
바닥에는 보일러를 매설해 놓아서 겨울에는 뜨끈뜨끈한 온돌바닥이 됩니다.
밖에 걸터앉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앉기 전까지 휑한 모습과는 많이 다릅니다.
사람들은 기대했던 것 보다 더 자유롭게 이 공간을 사용하고 있는것 같았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목욕탕, 또 어떤 사람들은 빨래터, 어떤 사람들은 스텐드라고 부른답니다.
옹느세자메의 주인장은 이런 반응을 조금 더 지켜보고싶어서 일부러 간판을 걸지 않았습니다.
어떤 명칭이든 동네 어딘가 도란도란 모여있을 만한 장소라는 공통점은 분명하군요.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들
instagram #옹느세자메
개와 미녀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죠!
저기 금속으로 만든 사이트테이블은 쟁반과 합체가 되도록 고안 되었습니다.
special thanks to.
쉽지않은 장소에서 효과적으로 콘크리트를 타설하는데 자문의 역할로 큰 도움을 주신
건원 엔지니어링 이의동 감리 (못생겼음)
KCC 건설 한승진 기사 (못생겼음)
특별히 감사드립니다.
p.s) 훗날 이 정도 스케일의 공간에서 기대되는 mov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