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국립현대미술관 공간변형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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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개관 30주년을 맞이하여 건축가들에게 새로운 공간을 제안받고 싶다고 했습니다.

오래된 개관을 자축하는 의미에서가 아니었습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의 중심 격인 미술관이었는데 서울에 큰 미술관들이 많이 들어서면서 관람객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이제 미술관의 미래를 다시 생각해야 보아야 할 시점에 다다라, 많은 건축가들의 의견을 묻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미술관이 죽으면 뭐가 될까?”

 

 

푸하하하프렌즈_제출작품

사후의 미술관 – 푸하하하프렌즈

미술은 아주 오래 전의 이야기와 지금의 나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미술관에 전시된 수백년 전 예술가의 거친 붓터치를 보고 우리는 작가가 느꼈을 감정과 열정 등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가 있다. 작품이 만들어졌을 당시의 작자와 지금의 관람자 사이에서 시간의 간극은 존재하지 않는다. 작품은 바로 우리의 앞에서 말하고 있으며 그것은 언제나 과거형이 아닌 현재형으로 전달되고 있다. 이를테면 모나리자는 예전에 있었던 어느 여인의 사진이 아닌 지금 미소를 띄고 있는 여인의 모습으로,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는 과거 어느 신화의 기록이 아닌 아직까지 손가락이 닿을락말락 한 찰나의 연속으로 전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작품은 박제된 물건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살아 숨쉬고 있다고 믿어진다. “더 포괄적인 표현으로 예술은 영원히 살아 있다고 믿어진다.”

처음 미술관의 생애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미술관의 삶보다는 죽음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보았다. 미술관의 생애에 죽음은 어떤 식으로 찾아올까? 미술관에게 죽음은 어떤 의미일까? 그런데 무엇보다도 미술관이 죽음을 맞을 수도 있는 연약한 대상인지가 가장 궁금하였다. 예술의 영속성 때문인지 아니면 예술의 순수성 때문인지, 미술관도 미술 작품처럼 모든 시대를 관통하며 영원히 살아있을 강한 주체로만 생각되었다. 미술관은 과거의 이야기를 지금까지 전해주었듯 지금의 이야기를 미래로 전해주어야 하는데, 과거와 미래 사이에는 미술관이 사라지거나 다시 생기거나 할 어떠한 경계가 없다고도 생각되었다. 그래서 미술관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우리는 그것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도 잘 떠오르지 않았다.

미술관을 비롯한 모든 건물의 생애는 우리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죽음으로 가는 과정속에 있다.  건물은 지어지고,언젠가는 허물어지게 되어있다. 현대사회에서 건물은 좀 더 복잡한 여러 이유로 서둘러 죽음을 맞이한다. 죽음을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많은 건물들이 모양을 바꾸거나 새로운 기능을 갖는 것을 택하지만, 그 과정에서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해 도시와 함께 병들어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미술관 건물도 건물을 둘러싼 복잡한 상황에서 예외일 수 없었다. 미술관도 살아남기 위해선 여러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하는 것이었다. 접근성 문제로 점점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있는 과천 국립미술관의 경우에도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미술관 건물의 변화를 모색중이다. 미술관이 갑자기 주택이 되고 쇼핑몰이 되는 상상을 해보았다. 혹은 현대의 디자인에 맞게 어느 부분을 바꾸는 시도를 해보았다. 그리고 곧바로 이런식의 변화가 이 장소를 아프게 하는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과거 권위의 디자인으로 대변되는 근대 미술관 건물은 권위적인 방향으로 그 가치가 있다. 미술관의 미래를 생각할 때에는 용도와 디자인 외에 이 건물이 가지는 권위에 대해 좀 더 생각을 해보아야했다. 그것이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아무도 찾지 않는 미술관을 꺼내놓고 기념하는 권위적인 방식이라면 보는이의 입장에서도 미술관의 입장에서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우리는 용도를 변경하거나 모양을 바꿈으로서 미술관의 수명을 연장하는 것 대신, 차라리 장엄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마초적인 방법을 상상해보았다.

우리는 기존의 건물을 매장하고 그 위에 시대에 맞는 새로운 어휘를 신축하는 다소 파격적인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시대를 초월하며 끊임없이 변화해가는 하나의 미술관 대신, 각 시대를 대표하는 여러 개의 미술관이 순차적으로 파묻히고 새로 지어지고를 반복하며 시간의 경계를 만들어가는 방식인 것이다.  당장 기존의 미술관이 흙 속에 묻히면 새로 지어질 미술관은 관람객 수에 맞는 작은 규모로 새로 계획 될 예정이며, 이 시대를 대표하는 디자인으로서 솔직한 구조와 저렴한 재료가 선택 될 예정이다. 그리고 그 건물 역시 나중에는 그 모습 그대로 땅에 묻히게 될 것이다.

미술관은 시간이 지나면서 높은 산이 되어가고 그럴수록 지하는 점점 더 깊어진다. 이는 우리가 한번도 상상해보지 않았던 예술의 죽음의 죽음을 의미한다. 그곳의 예술품은 깊은 땅 속에 묻혀 고이 잠들어 있다. 언제나 준비된 듯 반가운 얼굴로 응대하는 지금의 미술과는 다른 모습일것이다.

실제로 과거에 이러한 개념의 미술관이 있었다. 이집트의 미라미드가 그러했다. 그들의 경우엔 더욱 단호해서 미로를 만들고 문을 숨겨버렸다고 한다.

 

 

이곳에서 다른 건축가들의 작업을 구경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imaginemmca.org/proposals/category/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