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적 리듬으로부터, 혹은 시간의 흐름으로부터 생각을 시작하는 것이 익숙한 건축가에게 쇼핑몰, 혹은 상가 건물의 인테리어는 분명 접근하기에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상가라는 곳은 도시의 문맥과도, 과거의 이야기와도 완전히 동떨어져 새로 지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요즘 지어지는 대규모 단지 내 상가라면 그것이 완전히 새로운 무대인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도시로부터, 그리고 과거로부터 이어나갈 어떤 이야기가 없는 상태에서 우리는 주변을 둘러봅니다.주변 상가들은 섹시 댄스 베틀이라도 하는 것처럼 이상하게 춤을 추며 우리를 유혹합니다.
사람도 별로 많지 않은 아파트 상가에 평범하게 생긴 가게는 하나도 없습니다. 똑같이 나눠진 칸막이 안에서 좀 더 시선을 끌어야 하니까 그럴 수 밖에요… 그리고 우리도 곧 그런 디자인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사실에 눈앞이 깜깜해져 왔습니다.
끄응. 무거운 삼각형이 바닥을 누르고 있고요.
벽과 천장과 천장에서 떨어지는 빛이 어려운 도형을 만듭니다.
날카롭게 접은 벽은 시선을 열기도 하고 차단하기도 합니다.
바에선 보통 바텐더와 대화를 주고받지만 어쩔 땐 혼자 있고 싶기도 합니다. 천장에서 접어져 내려온 사선 모양의 벽은 사람 사이의 시야를 조절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자리를 조금씩 옆으로 옮기면 타인의 시야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건, 굳이 튀어 보이려 애쓰지 않아도 눈에 띄는 차분한 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미안해요 호원 씨 한나 씨.. (클라이언트 이름임) 솔직히 여기서 우리가 제일 튀어요… 하하
썸카바는 강동역 어딘가에 숨어있습니다.
좋은 바는 숨어있어야 진짜 좋으니까요